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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묵은 메타님 글이 요즘 속속 재조명(?)을 받는 것 같네요.

글쎄. 철가면 님은 "텍스트를 포장하는 기능이 사실상 전부인 텍스트 툴"이 무척 우습게 보이시는 듯한데,  글자 언어를 어떻게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달할지는 수천년 전부터 고민해 오던 문제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될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문서로 기록을 하고 공유를 하고 설명을 하니까요. 엄청난 시장이 된 MMOPRG와 같은 게임을 저는 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시간낭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가지고 '킬링 타임이 전부인 놀잇감'이라고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한테 의미나 관심이 없다고 남들도 하찮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면 세상의 많은 혁신과 발명품들은 빛도 못 보았을 겁니다.프로그래밍 언어를 보면, 요즘은 자바나 파이썬 같은 객체지향형 언어가 압도적인 사용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C와 같이 사용하기 까다롭고 "비효율적"인 언어를 무의미하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TeX으로 논문을 쓰지 않습니다. 제 일과 관심사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서를 만들곤 하는데. 워드프로세서를 쓰다가 그 비효율성이 짜증이 나서 TeX을 띄운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TeX의 단점은 비효율성이라기보다는 진입장벽이 높은 데에 있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정말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길고 어려운 방법보다는 당장 '몇 달 만에 귀가 열리고 입이 트인다'고 광고하는 '기적의 영어 학습법'에 사람들은 열광하게 마련이죠. 단언컨대, 구조화된 문서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작성할 때에는 워드프로세서가 훨씬 비효율적입니다.

문서 작성의 문제점은 TeX에서 찾으면 안 되고 워드프로세서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뭘 발전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하셨는데, 많이 발전했습니다. 다만 결국 근본적인 워드프로세서의 콘셉트, 좀 더 정확히는 WYSIWYG의 콘셉트 자체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관점도 가지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TeX이 만능이 아니듯이 워드프로세서도 만능이 아닙니다. 저는 각자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게 TeX도 쓰고 워드프로세서도 씁니다.

원래 사람이란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것을 가지고 목숨들 많이 겁니다. 수많은 취미들은 모르거나 관심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하찮고 시간 낭비로 보이겠습니까? 남들이 하찮게 생각해도 자신이 보람과 행복을 느끼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으면, 그리고 다수든 소수든 그러한 노력에 고마움을 표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저도 한때 리눅스를 '쓰는 사람도 별로 없는 잘난척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잇감' 정도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철가면님이 TeX을 보는 눈과 비슷했을 듯합니다. 그런 관점이라면 뭐하러 우분투니 그놈이니 만들까요? 윈도우를 더 잘 만들라고 하면 되지? 어쨌거나, 리눅스가 지금처럼 안드로이드의 커널로서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가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리눅스가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TeX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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