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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 성이나 이름 뒤에 쓰여, 친구나 아랫사람을 친근하게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
(氏는 접미사인데, 君은 의존 명사라고 한다. 의아하지만 이 글의 논지와는 관계없으므로 따지지 않는다.)
김군: 김 조교, 김 대리, 신입 사원 김씨, 대학원 후배 김씨 등 거의 막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조기 축구회 총무인 아버지가 아이스크림 사줄 테니 회원 명부를 작성하라고 아들에게 시킬 때, 그 아들도 김군에 해당한다.
크누스 선생에게 다수의 김군이 있었다면 굳이 텍을 만들었을까 상상해 본다. 그의 지적 능력을 감안하면 그래도 굳이 만들었을 것 같지만. 텍 사용자들에게 김군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김군이 있는데도 굳이 몸소 텍을 사용한다면 ... 취향이 특이하다고 해야 하려나?
정치적·경제적 역량의 관점에서 텍 사용자들을 살펴 보자.
사례 1: 논문을 써야 하는데, 지도 교수가 또는 학회에서 또는 저널에서 텍을 사용하라고 한다.
"시간도 없는데, 이걸 언제 배우지? 이거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 없나?"
이 경우의 사람들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논문을 완료하면 철새처럼 떠나는 사람---철새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해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계속 쓰는 사람.
사례 2: 리눅스를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순전히 윈도우즈를 깔려고 리눅스를 익혔다. 남들이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을수록 대단해 보인다. 그래서 텍까지 접하게 되었다. (웃자고 하는 얘기입니다. 리눅스 사용자들은 발끈하지 마시길)
사례 3: 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영재에 가깝다. 플라톤주의자들과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 문서를 작성할 일이 별로 없지만, 텍 코드와 그 결과물로부터 고양이가 개박하에서 느끼는 것과 흡사한 쾌락을 즐긴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사례 4: 수식이 많이 들어간 책을 써야 한다.
수식을 잘 아는 출판사가 드물다. 게다가 하안글로 작성된 수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 가장 고통스러운 경우이다. 텍을 모르는 출판사 편집자가 끊임없이 불평한다. 나의 김군이라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 해법은 간단하다. 포트폴리오를 늘려야 하는 신생 출판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군말 없이 책을 내준다. 문제는 그 책이 서점에서 "티벳 여행자를 위한 실용 티벳어"와 나란히 서가에 꽂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례 5: 높은 생산성이 최상의 미덕이다.
실용적 목적으로 텍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아마 손가락을 꼽을 만큼 드물 것이다.
이 모든 사례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텍 사용자들에게 "김군"이 없다는 것이다. "김군"이 있다면 컴퓨터를 아예 몰라도 된다. 사례 3이 예외처럼 보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개 프로그래머라 불리우는 "노동자"이다.
결론: 텍은 "김군"을 대신한다.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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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
2015.06.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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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Na
2015.06.12 10:33
실제로 크누스 선생에게는 텍에 관해서 그의 오른팔이라고 불리우는 David Fuchs를 비롯하여 많은 김군들이 있었습니다.
위의 그림 속의 사람들이 보통 김군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누스 교수는 텍의 대부분의 구현, 즉 코딩을 손수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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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hoze
2015.06.13 22:21
대단한 김 군들이라고요? Fuchs 선생은 무엇에서 대단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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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Na
2015.06.13 22:51
https://goo.gl/VNe2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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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sam
2015.06.12 18:37
사례 6 : 왜 사용하기 시작하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쓰던김에 계속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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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2015.06.12 18:39
사례 7 : 특이하게 보이려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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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몹
2015.06.14 10:02
군이 접미사가 아니고 의존명사라는 것은 앞의 말과 띄어쓴다는 것 정도의 차이인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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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im
2015.06.14 10:20
씨(氏)의 경우도 호칭으로 쓰이면 의존명사입니다. 호칭을 나타내는 (의존)명사는 모두 띄어씁니다.
"HZ 씨는 훌륭한 글을 쓰시었다." => 의존명사.
그런데, 예를 들어 '밀양 박씨'라든가, "hz 씨는 성이 김씨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쓸 때는 접미사라서 띄어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군"은 대명사로서의 기능이 있기도 하네요. "이것은 군이 내일 아침까지 해두도록."
이 답글을 쓰는 이유는... "님" 때문인데요. "아버-님", "어머-님", "선생-님"은 접미사이고, (사전에 등재될 정도인지 알지 못하지만) -씨의 대용으로 쓰이는 최근 용법인 '아무개 님', 'hz 님'은 의존명사로 보아야 할 듯합니다. 이 경우는 띄어쓰는 것이 맞을 듯.
그리고 결정적으로다가, "님"이 대명사로 쓰이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님아", "님이 쓰신 글에"... 이것은 아직 거부감이 드는 것을 보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김 군"은 띄어씀이 어법 규정에 맞겠고요. 예전에는 손아랫사람을 (남녀불문하고) 대접하는 호칭이었는데, 요즘은 여성에게 사용하지 않는 듯하지요. 남녀불문하고 사용하던 것이 원래 우리말 용법인지 아니면 일본말의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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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hoze
2015.06.14 11:18
다음 사전에 이렇게 등재되어 있네요.
"인터넷이나 온라인 대화에서 상대편을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이런 새로운 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쓰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영어에서도 쓰임이나 의미의 변화가 있겠죠. 제 옆의 캐나다인 친구에 따르면, 좀 깊이 생각해 봐야 이해되는 표현들을 가끔 접한답니다. 예를 들면, 전에는 동사로 쓰지 않던 말을 (명사로만 쓰던 말을) 요즘에 점차 동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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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4는 그래도 한 곳이 그나마 나아지고 있습니다 :)
물론 제가 거기서 김군이 되고 있...